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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슈] 커피 권하는 사회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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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민 커뮤니케이션팀 연구원

19세기 말 조선 반도에 처음 커피가 들어온 이래로 국내 커피 시장은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인스턴트 커피가 널리 보급되었고, 국내 커피 시장규모는 최근 10년 새 3배 이상 성장하여 작년에는 드디어 10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전국 커피 전문점의 수는 총 7만 9943곳으로 편의점 개수(3만 8000여 곳)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소비가 자연스럽게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진 덕분이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약 265억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이를 전체 5,177만 명 인구로 나누어보면 1인당 512잔, 즉 하루에 1.4잔씩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꾸준히 마셨다는 이야기다. ‘커피공화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 어디를 가든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고, 편의점에서 커피음료는 가장 잘 보이는 눈높이에 자리를 잡았다. 감히 고종 황제도 상상하지 못했을 이러한 풍경,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커피에 열광하게 된 것일까.

 

이른 출근 시간, 뉴욕 한복판을 당당하게 걷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는 너나할 것 없이 테이크아웃 잔에 담긴 커피가 보인다. 1999년 스타벅스 이대1호점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급속도로 퍼진 원두커피 열풍은 기대 이상이었다.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는 과정 속에서 커피가 바로 대중들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은 대표적인 사례가 된 것이다. 요즘도 고상하고 우아한 이미지의 톱스타들을 앞다투어 모셔가는 광고가 바로 커피 광고 아닌가.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 ‘커피’하면 소위 ‘뭔가 있어보이는’ 것을 연상시키는 대명사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 전반에 은은하게 퍼진 커피 문화는 새로운 산업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항상 부작용이 있는 법. 지난 달 12일 노량진에 문을 연 스타벅스의 ‘카공족’을 막기 위한 내부 인테리어 전략이 드러나며, 네티즌들이 입씨름을 겨루기도 했었다고 한다.

▲ 출처 : 슬로워크(Slowalk) 블로그

커피 소비를 두고 펼쳐지는 여러 다양한 이슈들 가운데, 필자는 미흡한 정부 정책으로 방치된 1회용 컵과 커피박(커피찌꺼기)처리에 관한 내용을 강조하고 싶다. 위에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265억 잔’의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서는 1회용 테이크아웃 잔, 편의점에서는 1회용 페트병, 사무실에서는 종이컵에 커피 음료가 담겨 소비되었을 것이다. 주요 도심 번화가의 쓰레기통이 그 많은 1회용 컵을 소화하지 못해 순식간에 넘쳐는 광경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지 않은가. 핵심은 1회용 컵의 경우 생산자가 재활용 부담을 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1회용 컵의 재활용률은 고작 6%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다. 최근 재활용쓰레기 대란의 여파로 환경부에서 1회용 컵 보증금을 부활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커피박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원두를 갈아서 분말형태로 만드는 커피믹스는 예외지만) 커피원두를 내려 음료로 제공하는 커피 전문점과 편의점의 경우, 실제 음료에 액체로 들어가는 원두는 2%에 불과하고 나머지 98%는 찌꺼기로 버려진다. 대부분의 원두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셈인데, 문제는 이것이 생활쓰레기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별도로 분리 배출되지 않고 수분이 포함된 유기물이 일반 종량제봉투에 버려진다는 말인데, 이 때문에 처리업체와 점주들의 입장에서 커피박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물이 포함되어 무거운 데다가 상온에서 오래두면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바로 처리가 안 될 경우 악취까지 나기 때문이다. 커피가 기호식품의 대명사로 불려온 시간이 국내만 하더라도 수십 년이 지났지만, 정책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커피박을 재활용한 탈취제/천연 세제 만들기, 퇴비 활용, 업사이클링 제품 생산 등 개인과 기업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정부 차원의 입장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점은 더 아쉽게 느껴진다.

여기서 우리는, 개인과 기업은 주어진 상황에서 적응하고 대처할 뿐 본질적인 문제해결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오늘 커피를 얼마나 마실지 또는 남은 커피박으로 어떻게 재활용할 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과하게 소비되는 커피음료로 인해 발생되는 1회용 컵 쓰레기와 커피박을 어떻게 줄일지, 전체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은 바로 국가의 몫이다. 따라서 국가가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고 보완하여 공공의 영역의 문제를 책임감 있게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우리가 마시는 공기가 되어 돌아오는 과정을 국민을 위해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커피 소비에 대한 사회적인 함의는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현재의 각박한 현실과 고단한 하루를 견디기 위해 버팀목이 필요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는데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 보완을 통한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커피 권하는 사회를 언제까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

※ 해당 게시물 내용은 기후변화센터의 공식 입장의 아닌, 작성자 개인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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