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 에너지 전환과 시민의 역할
본문
문효동 정책연구팀 연구원

최근 연일 지속된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는 우리의 하루를 망치고 있다. 맑은 하늘이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과거와 다르게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뿌연 하늘이 이제는 일상화되었다. 미세먼지와 더불어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날씨가 우리의 삶의 일부분처럼 느껴진다는 점은 참 서글픈 일이다. 우리 삶의 편의를 위해 사용한 화석연료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태라면 우리가 당연히 누렸던 맑은 하늘은 다음 세대에 있어서는 축복받은 몇 안 되는 하루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으로 인해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는 것일까? 에너지 사용이 가장 큰 원인이므로 계획을 수립·운영하는 주체인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시민들은 정부가 하는 일을 단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국가 차원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인물질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가 에너지계획과 온실가스 감축정책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대부분 발생하며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감축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정책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이라는 계획의 수립을 통해 화력발전시설을 점차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결국 문제해결을 위한 핵심은 에너지 체계의 친환경적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치 않은 것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화석연료와 비슷하게 형성되어 선택적 활용이 가능하나,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의 가격은 화석연료와 비교하였을 때 보조금이라는 수단이 없다면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차이가 있다. 또한 대표적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전력 생산 효율이 기존 발전시스템보다 현저하게 낮고, 일정 조건에서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따라서 계획했던 것보다 많은 설비가 필요하고 결국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전력요금상승은 미미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1]. 상식적으로 비용의 증가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전기요금 상승이 적을 것이며 최대한 인상을 억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시민들이 전기요금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정부 정책은 시민들의 지지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맑은 하늘과 날씨를 원한다면,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한다면 불가피한 요금인상에 대해서 지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에너지전환을 추진한 독일에서는 시민이 중심축이 되어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정책 추진에 따라 전기요금이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95% 이상이 현재에도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시민이 직접 에너지설비에 투자한 비중도 약 50%에 이르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에서 해결해줘야 하는 선행조건이 있다. 첫째로, 에너지 요금 상승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의 공개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요금상승이 불가피함을 알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시민에게 진심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를 통해 시민의 지지를 얻고 정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요금 인상분을 공정하게 부담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 요금제도의 보완과 에너지원간의 세재 조정 등의 정책이다. 최근 발표한 산업용 심야전기 요금인상은 산업계의 요금인상과 함께 기존 대기업에 주어지던 상대적 이익을 조정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에너지 세재 조정은 에너지원간의 이익을 조정하는 요소로서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제를 위한 구조적 개편이라는 측면에서도 필요하고 생각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문제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지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정책 추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고, 그와 관련된 전기 요금체제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요금인상에 대한 시민의 지지가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전력시장제도를 이용하여 요금인상을 억제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체제 전환을 위한 절대적인 비용이 필요함을 생각해본다면, 어떤 수단을 활용하더라도 결국 소비자에게 요금이 전가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단지 책임회피를 위한 미봉책을 생각하는 것보다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고 당위성에 기반한 설득이 우선되어야 하며,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현 시점이 강력한 정책추진을 위한 적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전기의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원가보다 저렴하게 서비스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전기는 무조건 싸게 제공받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제공받는 서비스라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비정상적인 문제를 먼저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라는 단편적 이슈에서부터 지속적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을 이루기까지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에 직접 투자한다거나 에너지 절약패턴으로 습관을 바꾸는 등의 특별한 노력보다는, 먼저 우리가 쓰고 있는 에너지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합리적 판단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등 관련 정부 정책에 지지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정상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거의 없을 것이며, 그 이후 ‘30년까지 연 1.1~1.3%의 소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
※ 해당 게시물 내용은 기후변화센터의 공식 입장의 아닌, 작성자 개인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