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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재철 이사장 "기후•에너지정책 ‘끼워맞추기’ 접근 피해야”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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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초대석] 최재철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올해 출범 18년을 맞은 기후변화센터 
“실행 중심 플랫폼 역할 강화”
이재명 정부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 잘 잡았다” 평가⋯"국제사회와 속도 맞춰야" 제언 
시민참여 방식 ‘정당성 부여 위한 형식적 절차 머물러선 안돼'  

기후변화센터에 심는 ‘상록수학교의 꿈’

4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극심한 가뭄, 극단적인 홍수와 한파까지 이상기후가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어느덧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과 산업, 에너지 시스템을 직접 흔드는 현실이 됐다.

탄소 배출은 줄여야 하지만 폭염과 한파가 심해질수록 냉•난방을 위한 전력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대규모 정책 사업까지 본격화하면서 전력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우리 앞에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놓였다. 탄소는 줄이면서도 전기는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정부는 신속한 재생에너지 확충을 해법으로 내세우며 발전설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100GW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에너지전환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재철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최근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에너지 문제를 하나의 해법으로만 풀려는 접근을 경계했다. 외교부 기후변화대사와 파리협정 협상 수석대표 등을 지내며 30여 년간 국제 기후•환경외교 현장을 누빈 그는 한국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해 ‘스트레이트재킷(협상에서 하나의 틀을 정해 모든 상황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상황.straightjacket)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변화와 산업 현장의 현실을 함께 읽고, 탄소 감축과 에너지 안정성,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최 이사장의 일관된 메시지다.

◇파리협정의 산증인⋯기후•환경•에너지 문제와 함께한 35년

최 이사장과 기후•환경 분야의 인연은 지난 1991년 3월 케냐 나이로비 주재 한국대사관 서기관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나이로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가 있었고, 그는 한국 측 연락관(focal point)으로 국제 환경협상 현장을 직접 누볐다. 이후 바젤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유엔기후변화협약 등 주요 국제회의에 잇따라 참석하며 기후•환경 외교의 경험을 쌓았다.

그는 자신의 전문성이 쌓인 과정을 두고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2014~2016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를 지내며 국제 기후외교의 중심에 섰다. 2015년에는 파리협정 협상에서 우리나라 수석대표를 맡아 역사적인 합의가 탄생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첫 보편적 약속인 파리협정은 그의 30여 년 기후외교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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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해 출범 18년을 맞은 기후변화센터를 두고 “정부와 산업계, 학계,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서로의 입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접점을 찾도록 돕는 협력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실행 가능성과 사회적 연결성, 미래 파급력을 기준으로 의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 중심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협상에서 쌓은 경험을 이제 국내 기후위기 대응의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 확충, 속도만큼 중요한 건 현실에 맞는 유연성”

최 이사장이 바라본 정부의 기후•환경•에너지 정책은 어떨까. 정부는 ‘전기국가’를 통해 인공지능(AI) 혁명을 선도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100GW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 이사장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후경제 시대의 핵심은 탈탄소화와 전기화”라며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산업과 수송, 건물의 전기화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도하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에 대해서도 “상당히 의욕적인 목표”라며 “실제로 달성한다면 우리나라 에너지전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발전설비 숫자만 늘려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전력망과 요금체계, 분산에너지 시스템, 시민 참여 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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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권 반도체 특구의 물 부족 논란에 대해서는 단순히 ‘물의 양이 부족하다’는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서남권의 용수 부족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우리나라가 흔히 물 부족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물 자체가 부족한 것인지, 물을 저장하고 배분하는 관리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것인지는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간 강수량뿐 아니라 내린 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필요한 곳에 배분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중심의 물 관리에서 벗어나 기초지자체와 마을 단위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또 다른 숙제, ‘지역 갈등’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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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이사장은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속화되면 피하기 어려운 과제로 지역 갈등을 꼽았다. 태양광•풍력 등 발전시설을 짓는 과정뿐 아니라 송전망과 변전소를 건설할 때도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산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갈등을 정부나 특정 기관이 일방적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광범위한 파트너십과 참여형 절차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시민참여의 방식이다. 최 이사장은 시민참여가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가 대안으로 꼽은 것은 덴마크의 시민정치회의와 같은 공론장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참여의 양뿐 아니라 대표성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는 청년이나 학업•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노인과 장애인 등 기후•에너지 정책의 영향을 받는 다양한 시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함께 결정하는 사회’를 강조하는 최 이사장에게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또 다른 꿈이 있다. 바로 ‘상록수학교’다. 외교부를 떠난 뒤 그가 만들고 싶었던 상록수학교는 농촌의 청년들에게 농업을 통해서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사단법인 국제생태농업네트워크 활동에도 참여했다.

최 이사장은 “당시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지금쯤 어딘가에서 실제로 상록수학교를 운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기후변화센터가 자신이 꿈꿨던 상록수학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국제 기후외교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이들이 기후 분야의 전문인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또 다른 역할”이라는 것이다. 

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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